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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내가 좋아하는 내 방음방

by 우리두리둥실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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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방

 

내가 좋아하는 내 방음방

 

어릴 나는 자주 소리에 지치했다. 윗집의 발걸음, 옆집의 TV 소리, 도로 건너 굴착기의 울부짖음. 소리들은 마치 세상이 나를 향해 문을 닫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 벽에 방음을 더하리라. 나만의 조용한 음악을 있는 곳. 세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오로지 호흡과 생각만이 또렷이 들리는 방. 그것이 번째 꿈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소망이 있었다. 꼭대기층. 지상의 끝, 하늘의 시작에 공간. 누군가는 여름이면 더워 살겠다며 피하지만, 나는 공간을 사랑했다.

 

세상 아래로 펼쳐지는 불빛들, 산자락이 흐릿하게 내려다보이고, 하늘이 무대 커튼처럼 천천히 닫히는 모습. 그곳에 나만의 헬스장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몸을 움직이며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인생의 번잡함은 모두 속에 녹아내릴 거라 믿었다.

 

그러다 다른 꿈이 생겼다. 최고의 뷰를 가진 아파트에 화실 하나, 혹은 서재 하나를 꾸미고 싶었다.

햇살이 통유리 너머로 쏟아지는 한낮, 따사로움 아래 물감의 향이 스며들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안을 감쌀 같은 곳. 아니면 책이 천장을 향해 빼곡히 쌓인 서재 속에서 잉크 냄새와 종이의 질감을 만지며, 조용히 사유하는 나만의 시간이 흐를 방을 꿈꿨다.

 

모든 것이 나의 청춘이었다. 언젠가는 이룰 거라는, 어쩌면 평생 이룰지도 모른다는,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었던 나의 꿈들.

 

그리고 지금, 나는 공간 속에 산다.

 

벽마다 정성을 들여 방음재는 나의 음악과 생각을 깨끗이 받아들이고, 아파트의 꼭대기층에서 나는 매일 아침 창을 열어 세상의 움직임을 아래로 바라보며 러닝머신 위를 걷는다.

 

풍경이 있는

 

해가 뜨고 지는 리듬에 맞춰 나의 맥박도 평화롭게 흔들린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그 ‘뷰’ 방에 들어간다. 어떤 날은 화폭에 무채색의 감정을 풀어놓고, 어떤 날은 책을 펴고 세상의 논리와 감성 사이를 헤맨다.

 

나는 지금 매일, 나의 안에서 산다.

 

어떤 이는 말한다. 욕심이 너무 많지 않냐고, 바라는 너무 많지 않냐고. 나는 웃는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아야 하고, 시간은 자꾸 빨리 가야 한다고. 그것이 삶을 단단하게, 아름답게 만드는 리듬이기 때문이다.

 

청춘이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꿈꾸는 방향이 있는가, 꿈에 땀을 얹을 용기가 있는가의 문제다. 나는 아직도 꿈이 많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 다락방에서 작은 출판사를 열어 이야기를 책으로 묶는 일, 말과 함께 달릴 있는 목장을 갖는 일.

 

시간은 빨리 간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분주하게, 그러나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어릴 소음을 견디던 내가, 지금은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내가 만든 너머의 꿈을 살아간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방음재 장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하나가 세상을 품게 하며, 헬스기구 위에서 흐르는 방울이 꿈의 증거가 있다는 것을.


누구든 가능하다고.
당신의 방을 꿈으로 채우는 일이, 결코 멀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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