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콩쿨대회
어린 시절의 추석은 언제나 기대되는 날이었다. 고모님이 한 분 계셨는데 멋진 도시 고모님이셔서 고모님 가족들이 방문하셨는데 늘 선물을 가지고 오셨다. 우리 가족이 많아 나에게까지 선물이 오진 않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주는 과자는 자주 먹어보지 못하는 맛있는 과자였고 사촌 언니 오빠들은 내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추석 당일이면 오빠, 언니 동생들과 친척 어르신들께 절하러 다녔고 설에만 준다는 세뱃돈을 추석에도 주시곤 하였다. 누가 용돈이 더 많은지 세어보기도 했고 점빵이라는 곳에 가서 과자를 사먹기도 했다.
특히 추석 저녁이면 마을 잔치와 콩쿨대회가 있었는데,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마을 사람들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곤 했다. 콩쿨대회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즐기고, 응원하며 소통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콩쿨대회는 항상 저녁이 되면 시작됐다.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두워 질 무렵 시작했고, 그러면 마을회관 앞마당은 북적북적 어른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마이크를 통해 "곧 콩쿨대회가 있을 예정이니 모두 모두 나오세요"라며 애써 사투리를 안 쓰려고 노력하며 마을 방송이 울려퍼지곤 했다. 무대에는 간단한 장식이 세팅되었고, 우승상품들이 쌓여 있었고, 어디에서 왔는지 음향장비가 설치되었다. 무대가 설치된 그 자리에는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때로는 술에 취한 몇몇 어르신들이 다투는 모습도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가수 최성수의 방문이었다. 그때는 최성수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수였고, 그의 공연은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었다. 추석 당일 저녁, 마을 사람들은 콩쿨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바쁜 준비를 했다. 노래자랑과 춤 경연이 이어지는 동안, 최성수의 공연이 임박하자 모두가 더욱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최성수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모두들 숨죽이며 하나라도 놓칠까 귀 쫑긋하여 들었다. 역시 마을분들과는 차원이 다른 노래였다. 내 귀엔 너무도 멋지게 들렸고 얼굴 한번 보려고 애썼지만 키 큰 어르신들 사이에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특별히 '해후'를 불렀고, 그 노래는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 시절, 콩쿨대회와 같은 마을 잔치가 열릴 때면 준비하는 사람들은 매우 분주했고 다 같이 먹고 마시며 즐겼다. 가수의 공연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다양한 공연도 큰 호응을 얻었다. 노래, 춤, 심지어 전통 놀이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뽐내며 서로의 노력을 칭찬하고 격려했다. 그런 자리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오랫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과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마을 잔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겼다. 여러 가지 음식이 펼쳐진 테이블 위에서, 마을 어머니들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들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시간이었고, 그 속에서 가족과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이 넘쳐났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골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마을 잔치와 같은 대규모의 행사는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소한 모임을 가지지만, 예전의 화려한 잔치와 콩쿨대회는 이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십수년만에 둘러본 마을엔 몇몇 어르신들과 이들 자녀들 뿐이고 너무나 한적한 마을을 휭하니 둘러 보고 오면서 그 때 일들으 회상하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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